Page 52 - artview21 eBook Art Magazine 2023 September issue4
P. 52

작가노트
       수묵화水墨畵와 펜담채화淡彩畵


       동양화東洋畵와 서양화西洋畵구분은 우리나라에 서구미술이 도입되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느끼고 동화 되어 자연과 함께하는
       면서 붙여진 명칭이다.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더구나 일본침략시절 학교에서 미술교육과정중에 굳어져  지금은 일

       본에서조차 사용하지 않는 용어를  우리는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펜담채화는 2004년 유럽여행을 하면서 그리기 시작 하었다. 처음엔
       수묵화,유화,수채화등과 같이 재료에 따른 분류는 할 수 있으나 그것                  유럽의 풍경을 수묵화로 표현해 보았으나 그 결과는 우리나라 풍경을
       도 혼합해서 쓴다면 무의미 할 수 있다.그저 회화繪畫 라고 하면 되는 것               유화로 그렸을 때와 같이 만족한 느낌이 없었다.그러다 여행 중 우연

       이다.서두에 그림구분에 대한 것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이번전시                   히 들른 골동품 가게에서 동판화로  윤곽선을 찍고 그 위에 채색을 한
       가 서양화와 동양화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장르를 한곳에서                 그림을 보고 유럽풍경은 이렇게 그리면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컬러
       전시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 동,서양에서는 책속에 다수의 채색화를 넣기
                                                              위해 동판화나 목판화로 윤곽선을 찍은 후 채색하는 가채판화加彩版
       자연은 동양에서 고대로부터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 왔다.즉 인간은                   畵기법을 사용 하였다.그러나 동판화를 습득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연의 일부이며 정복이나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순응하고 적응하며                    프레스기를 비롯한 많은 장비가 문제였다. 그래서 고민하다 생각 해낸
       함께 공존해야 할 대상이다.                                        것이 동판화의 윤곽선대신  잉크를 찍어 쓰는 펜촉으로 대상의 윤곽선
       수묵화는 중국에서 일찍이 시작하여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으며 조선                    을 자세히 그리고 수채물감으로 채색하는 펜담채화 기법 이었다.

       시대 겸재 정선 이전까지는 중국 수묵화를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렀으                   양식(樣式,style)은 재료나 기법의 차이로 분류된다. 즉 같은 기법도 양
       나 영조,정조시대의 문예부흥으로 겸재 정선謙齋  鄭敾때 부터  우리                  식을 달리하면 다르게
       산천을 진경眞景으로 그리기 시작하여 단원 김홍도 檀園 金弘道에 이                    보인다.  같은 옷이라도 입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나듯이 펜
       르기까지 많은 화가들이 중국화 와는 다른 화풍으로  많은 명작을 남겼                 담채화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되는 것이다.
       다. 그러나 잘 이어 오던 이러한 화풍은 조선말기 흥선 대원군의 중화                 그동안 주로 유럽풍경을 그렸는데  유럽의 고건축의 아름다움 만큼이

       사상 고취로  그 맥이 끊기고 다시 중국화풍의   사의화寫意畵적인 그                 나 우리나라의 고궁古宮또한 그에 못지 않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림으로 바뀌었다.이어서 일본의 침략과 6.25전쟁으로 한동안 예술 활                 화가들이 일반 풍경은 많이 그리면서 고궁을 주제로 한 그림은 많이 없
       동 자체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상범,변관식 같은 화가들이 우리의 산                  는 것 같다.원래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움은 쉽게 놓치는 법이다.고궁

       천을 수묵화로 그려  실날같은 명맥을 유지 하였다.전쟁 이후 물밀처                  을 펜담채화로 자세히 그린 이유는 아름다움을 좀 더 깊히 들여다 보고
       럼 들어오는 서구미술의 영향으로 한동안 뜸하다가 1980년대 수묵화                  싶어서이다. 가끔 고궁을 갔을 때 지나쳤던 부분을 그림을 그리며 자
       운동으로 다시 활기를 찾았으나 2000년대 들어와 다시 소강상태가                   세히 보니 새삼 선조들의 미에 대한 감각이 놀라울 뿐이다.
       되었다.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로 여러 매체
       를 이용한 다양한 미술이 들어와 수묵화는 고전적인 장르로 인식 되었                  수묵화와 펜담채화의 장르 구분없이 회화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보고

       다..미술대학에서도 순수미술 보다도 디자인계열이나 영상미술에 많                    작가의 의도를 봐야 한다.미술은 시각예술이기 때문에 장황한 설명보
       은 지원자가 몰리는 것이 좋은 예이다.                                  다 작품을 통해서 서로 교감해야  한다.한국적이다 라는 것은 한마디
       수묵화의 현대화라는 주제는 사실 1980년대 수묵화운동 당시부터 계                  로 정의 할 수 없으나 이번 전시에서 우리나라 풍경을 통해 한국적인

       속 이어져 온 화두  이다.수묵화의 현대화라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 할                 감성을 수묵화와 펜담채화로  표현해 보았다.이제 그 평가는 감상자의
       수 없고 문자로도 표현하기도 어렵다.오직 그림에서 표현해 보여 줄                   몫이다.
       수밖에 없다.전국의 산을 계절 따라 수없이 올랐지만 갈 때마다 새로
       움을 느끼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전국의 명산 가운데 아무래도
       쉽게 갈 수 있는   설악산雪嶽山이나 사는 곳에서 가까이 있는 삼각산

       三角山을 자주 오르면서 산에서 느끼는 조형감과 현실에서 느끼는 감
       정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겸재의 그림이나 단
       원의 그림을 보면 그 시대의 생활모습을 자연과 인물을 잘 조회 시켜

       서로 어우러짐을 잘 표현하고 있다.그림 속의 인물은 자연을  바라만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