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월간사진 2019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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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View /




































                                   두드리면 열릴까





                                   “내 포트폴리오에 대해 리뷰를 부탁한다.”
                                   “미안하지만, 당신 작품에 대해 할 얘기가 없다.”
                                   “..........................(당황 , 침묵)”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내 관심과 거리가 먼 작품이다.”


                                   해외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석한 모 사진가가 외국인 리뷰어와 나눴다는 대화다. 리뷰어로 나온 사람이 작품에
                                   대해 해줄 말이 없다니, 다소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다. 당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별로라는 것을 돌려 말한 건
                                   가 싶어 잠시 언짢았단다. 하지만 이어진 그 리뷰어의 말을 듣고는 찜찜한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나는
                                   해줄 말이 없지만, 당신 작품에 관심이 많을 것 같은 다른 리뷰어가 있으니 소개해주겠다. 이 작품에 대해 나보
                                   다 더 많은 얘기를 해줄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런 현답이 있나. 모르면서 아는 척, 관심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인간적이다. 돌직구여서 당
                                   황스러울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 더 믿음이 간다. 상대가 빙빙 돌려 말하지 않으니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작
                                   가 입장에서는 그런 솔직함을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사진잡지 편집장을 하다 보면 간혹 자신의 작품에 코멘트를 해달라는 사진애호가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미는 것은 십중팔구 스마트폰이다. 디지털 이미지 수십 장을 손가락으로 쓱쓱 넘기면서 보여준다. 기
                                   껏해야 20초, 눈앞에서 사진들이 ‘휘리릭’ 지나간다. 정리된 포트폴리오를 내밀어도 코멘트가 나올까 말까인
                                   데, 당연히 대답이 궁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땐 그저 웃는다. 그럼에도 대답을 더 추궁당하면 “좋네요~”라고 입
                                   속에서 얼버무린다. 앞서 언급한 해외 리뷰어만큼 솔직해질 자신이 없어서다.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누군가로부터 평가 받는 과정은 분명 의미 있다. 자신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앞
                                   으로의 방향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니며 발품을 판다.
                                   작업에 도움이 돼줄, 자신에게 맞는 리뷰어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런 니즈 탓인지 3월 말 국내에서도 리뷰어
                                   와 리뷰이를 일대일로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이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때 정리된 포트폴리오는 필수다. 모바일이나 태블릿이 아닌, 프린트로 정리된 포트폴리오 말이다. 작품은 일
                                   관된 주제를 향해 있되, 너무 많은 양을 담아선 안 된다. 리뷰어가 쏟아내는 달콤한 소리보다는 쓴소리를 달게
                                   삼켜야 한다. 그게 정작 약이 된다. 예상치 못한 돌직구도 감사하게 챙길 것. 이상, 포트폴리어 리뷰 경험자들의
                                   깨알 조언이었다.        에디터 |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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