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artview21 ebook Art Magazine 2023.5 issu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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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블루스’와 ‘추억의 고고학’


       황주리의 유머러스하고 명쾌한 전시장을 들어설 때-관객들은                        의해 읽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우선 회색하늘을 배경으로 한 개의 눈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는                      제목이 시사 하는 대로 농부들의 연장은 문학적으로 흙은 파내
       오래된 골동 카메라를 만나게 된다. 카메라에 그려 넣은 사각의                     는 의미, 알려지지 않은 기억이 파묻힌 장소를 발굴해내는 의미
       창문을 통해 한 개의 눈이 빛나는 매우 독특한 유머의 조각들을                     를 지닌다. 그것은 마치 문화는 계속 존속할 것이며 또한 우리
       말이다.                                                   는 그것을 감상하고 누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확인하기 위한
       그때 우리는 누가 누구를 바라보는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작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황주리는 그렇게 옛것과 새로운 것
       반짝이는 한 개의 눈을 지닌 카메라가 우리를 바라보는 것인지                      들의 관계를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누군
       혹은 우리가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인지…… 그녀의 카메라 작                       가에 의해 길들여지고 쓰여졌던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옛 물건들
       품은 매순간 의미를 만들어내는 모든 인간의 행동과 흔적에 관                      에다가 그녀는 섬세하고 자신만의 개인적인 상형문자들을 그려
       한 그녀 자신의 끊임없는 관심사를 보여준다.                               넣는다.
       수천 년의 인간의 흔적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려는 희망이 스며                       대형 흑백 작품 ‘맨하탄 블루스’는 커다란 3개의 캔버스로 이루
       있는 그녀의 작품들을 지배하는 것은 그 놀라운 유머감각이다.                      어져있다. 오직 검정과 회색과 흰색으로만 그려진 이 작품은 그
       뉴욕과 서울에 살면서 그녀는 도시생활의 복잡다단함을 그려내                       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전혀 색깔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고 있다.                                                  이 작품은 각 캔버스 안에서 또 다시 여러 개의 사각 구조로 나
       시계들로 이루어진 인스털레이션 작품 ‘맨하탄 블루스’는 끊임                      뉘어있는데, 그래서 그 각 부분들은 각기 다른 삶의 풍경들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인간과 도시 생활의 체험에 관한 재미있                      보여주는 뉴욕 생활의 창문들처럼 보인다. 그 속에서 그녀는
       는 퍼레이드를 통해 도시 문명의 상징으로서 ‘뉴욕’을 보여준다.                    매우 뛰어나고 독특한 관찰력으로 도시 생활의 풍경들을 기록
       백여 개의 나무 시계로 구성되어 있는 그 작품들에는 그녀 특유                     하고 있다. 저울위에 놓여있는 두 마리의 생선, 위쪽은 흰색이
       의 주제와 형태들이 그려져 있는데, 눈 코 입이 없는 익명의 얼                    고 밑 부분은 검은색인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 얼굴 위에 놓여있
       굴들과 강렬한 선묘들로 그려진 우리들 기계 문명의 재해석들                       는 전화기, 전등과 플러그 형태의 머리를 지닌 벌거벗은 여자,
       이다. 작품 ‘맨하탄 블루스’는 우리에게 보는 일 외에 듣는 즐거                   바둑알이 놓여있는 게임 중의 바둑판 형상의 머리를 지닌 남
       움까지를 더해 준다. 끊임없이 다른 시간을 가리키며 톡탁거리                      자, 검은 우산 속에 얼굴이 가려진 카메라 옆에 서있는 남자 등
       는 움직이는 시계들의 소리……                                       등…….
       그 작품 속에는 도시적 삶에 관한 풍자 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                     이러한 수많은 인간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작품 속에
       에 관한 은유적 제안이라 할 문학적 의미들이 스며있다. 단순화                     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되어 있는 그녀의 그림 속 형상들은 우리들 인간 조건을 형상화                     그녀는 우리들 우울한 인간 조건들을 매우 객관적이고 냉정한
       하고 있다. 때로 그녀의 시각은 우리들 삶의 풍경들을 날카롭게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묘사하고 비판하는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시각과도 닮아있다.                        그녀의 ‘맨하탄 블루스’는 예술이 지닐 수 있는 따뜻한 온기를
       그렇게 그녀는 삶의 장면 장면들을 그 마음의 눈으로 사진 찍는                     통해 우리 삶에 대한 애정과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                                                     그녀의 그림들은 또한 우리들 삶 속에서 빚어지는 움직임들과
       시계들 속에 그려진 장면 장면들이 전혀 별개의 연관성이 없는                      그 순간순간이 소중함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기억 속
       비개인적인 익명의 체험들로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전                       으로 사라지는 그 삶의 편린의 그림자들-그러한 슬픔들을 그려
       체적으로 통일된 구성을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비물질적이고                       내고 있다.
       추상적인 이를테면 끊임없이 발췌된 시간의 ‘질’이라고 할 어떤
       것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나단 굿맨, 미술평론가
       ‘추억의 고고학’시리즈는 농부들이 사용해온 한국의 오래된 연
       장들로 이루어진다. 모든 그녀의 작품 속 이미지들처럼 그 속에
       도 역시 특유의 형상어휘들과 단순화된 그림 형태들이 새겨져
       있다. 나무바가지나 사다리, 이름 모를 농기구들에 그려진 형상
       들은 그 단순성 안에서 어떤 원시적인 에너지와 교류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그녀가 그려내는 시각 언어들이 모든 문화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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