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월간사진 2019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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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에서 파격까지
미장센의, 미장센에 의한, 미장센을 위한 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화와 종교, 에로티시즘 등을 표현한다. 실제로 두 사람이 삶의 파트
전시장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온통 피에르 앤 쥘(Pierre 너이자 예술적 동지라는 관계의 특수성을 가져서일까. 지난했던 삶으로
et Gilles) 작품과 관련된 그림, 글씨, 소품 등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 인해 현실 도피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이들 작품과 오래 마주
다. 여기에 그들의 작업 방식을 따라 하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피 하고 있노라면 “대상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봐 달라.”라는 그들의
에르와 쥘의 작업실을 재구성한 체험존까지 설치돼 있다. 파격적인 작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품만큼이나 조금 과한 부분도 있지만, 키치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공간
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피에르 앤 쥘의 정신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 숨은 셀럽 찾기
낌이 든다. 현재 강남구 신사동 ‘K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에르
피에르 앤 쥘의 초기 작품은 인물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명을 이
앤 쥘 : 더 보헤미안>은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피에르&쥘
용해 인물의 감정을 묘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1980~90년대 작품에는
_ Beautiful Dragon> 이후 14년 만의 국내 전시다. 1977년 초기작부터
연극적·영화적인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잘 만들어진 세트와 과한 분
2018년까지 작업한 211점의 원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마디로 피에
장이 도드라진다. 2000년대부터는 화려함이 더 극대화된다. 이전 작업
르 앤 쥘의 과거와 오늘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보다 훨씬 파격적인 색이 사용되었으며, 배경과 인물을 친절히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윤상훈 학예실장은 “의도적으로 과잉된 이미지들의 조합
보편적 사랑
이 무수히 많은 기표와 기의가 뒤섞여 혼재돼 있는 탓에 관람자의 입장에
작업은 주로 피에르(Pierre Commoy)의 사진과 쥘(Gilles Blanchard)의 서 보면 간단하게 해석하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하지
회화가 결합해 탄생한다. 피에르 앤 쥘이 그려내는 세상을 명확하게 설명 만 최근 작업일수록 직관적이어서 감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
하긴 어렵지만,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건 현실과 환상, 여성과 남성 같 각한다. 만약, 작품 해석이 지리멸렬하다면 ‘숨은 셀럽 찾기’를 통해 기분
은 이분법적인 요소를 넘어선 ‘보편적 사랑’이다. 이를 위해 피에르 앤 쥘 을 전환해보자. 한껏 가벼워진 마음으로 작품과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
은 다양한 인간 군상, 예를 들면 고대 신화 속 인물, 기독교 성인, 군인, 선 이다. 이번 전시는 3월 17일까지 진행된다.
원 등으로 위장한 연예인, 파리 거리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을 이용해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