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월간사진 2019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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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의 향연
                                                       존 오페라(John Opera)의 작업은 ‘점과 선의 향연’이다. 점
                                                       이 모여 선이 되고, 점들이 흩어져서 물 위에 퍼져 있는 기
                                                       름방울 같은 기하학적 패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스터
                                                       리 서클’ 같기도 하다. 사진처럼 보이기보다는 마치 추상회
                                                       화를 연상케 한다. 반면, 선이 만들어낸 형상 역시 그리 복
                                                       잡하지 않다. 미니멀하지만 왠지 의미심장해 보이는 이미         추상, 사진을 생각하다
                                  “                    는 것 같기도 하고, 토마스 영(Thomas Young)의 이중슬릿  존 오페라의 작업은 사진의 정의를 확장하고 싶은 마음으
                                                       지가 시선을 붙든다. 언뜻 격자무늬의 배드민턴 라켓을 보


                        존 오페라의 작업은 1842년 영국의           (Double Slit, 빛의 파동성을 보여주는 간섭 효과를 발견했  로부터 시작됐다. 렌즈를 통해 만들어진 사진에서 벗어나,
                        존 허셜(John Herschel)이 발명한 시아    던 실험 장치)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미지와 표면 사이의 한계점’ 그리고 ‘관찰과 상상 사이
                        노타입을 바탕으로 한다. 형광등(Tube         처음부터 끝까지 아날로그로 진행되는 그의 작업은 1842        의 관계’를 탐구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진이라는 ‘매
                        lights)과 레이저(Lasers)를 발광 도구    년 영국의 존 허셜(John Herschel)이 발명한 시아노타입   체’ 자체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존 오페라는
                        로 사용한다. 서로 다른 패턴을 만들어          을 바탕으로 한다. 형광등(Tube lights)과 레이저(Lasers)  19세기 사진술(시아노타입)을 이용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
                        내는 두 개의 발광 도구를 암실 내에서          를 발광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로 다른 패턴을       을 표현하는 데 고착된 것들 - 예를 들어, 아날로그 시절 사
                        활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전           만들어내는 두 개의 발광 도구를 암실 내에서 활용해 다양        용했던 화학반응, 사진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것이라는
                        구와 캔버스 사이의 간격이 일정하게            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전구와 캔버스 사이의 간격이 일정        생각 등 - 을 발전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기 때
                        유지되는 형광등을 이용하면, 유제에            하게 유지되는 형광등을 이용하면, 유제에 피사계 심도를         문이다. 이는 포토샵 브러시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작업이
                        피사계 심도를 묘사한 듯한 흔적이 남           묘사한 듯한 흔적이 남는다. 2차원적인 요소에서 공간감이        실제로는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프로세스를 거쳤다는 것을
                        는다. 2차원적인 요소에서 공간감이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보여주기에 제격이다. 여기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레이저를 이용하면 렌즈 위에 묻어 있는 먼지 입자가       를 허문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유제에 기록된다. 뭐니 뭐니 해도 화룡점정은 이렇게 탄생        다분히 ‘사진적’이다.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사진의 본
                                                       한 독특한 패턴 위에 레이어(페인팅)를 덧씌우는 것. 전경       디 정의와 아무런 거리감이 없다.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Foreground)과 배경(Background)을 구분하면 착시효과  대한 고찰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가 추상적인 이미
                                        “
                                                       로 인해 이미지의 추상성이 더욱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지를 제작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어떤 대상을 정확하
                                                                                              게 표현하지 않는 추상예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의 것
                                                                                              을 끌어내어 자신만의 해석을 하도록 유도한다. 마찬가지
                                                                                              로 그의 작업 역시 현실과 관찰이라는 사진의 재현적 요소
                                                                                              너머의 것을 상상하게끔 한다. 이는 흔하디흔한 존재가 되
                                                                                              어버린 사진이라는 존재를 둘러싼 경험적이고 물리적인
                                                                                              정의가 어디서 시작되고 끝이 나는지를 파헤쳐보라는 뜻
                                                                                              일 테다. 물론, 시공간을 압축해 평면으로 표현하는 사진의
                                                                                              전통적인 가치와 매력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다만, 그가
                                                                                              ‘매체 실험적인 사진’을 하는 이유는 모든 것의 정의가 확
                                                                                              장되고 매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 시대에, 형식적인 것
                                                                                              에만 몰두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가능성의 문을 계속해서 두드린다면, 머지않아 분명 사진
                                                                                              은 현대예술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John Opera
                                                       미국 출신. 19세기 사진술을 이용해 사진이라는 매체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뉴욕 주립대학에서 학사를, 시카고 예술대
                                                       학에서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University of Buffalo에서 사진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johnope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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