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PhotoView eMagazine 2023.3 issu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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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엽 SUH Dongyoup : Integration of time 시간의 축적
























































                                             ⓒ서동엽 SUH Dongyoup, Integration of time 시간의 축적, 52.5x70cm , Pigment Print


       오래전 우연히 카메라 렌즈와 바디에 새겨진 숫자들의 조합이 궁금해졌다. 수학을 업으로 살아온 내게 그런 수열
       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수열의 원리를 알고 나니 노출 초점거리 심도 등
       사진이 갖는 수학 및 과학적 이론도 어렵지 않게 터득하게 되었다. 사진에 대한 과학적 원리를 깊이 알아 갈수록
       사진에 점점 흥미를 느껴지기 시작했고, 자신 있게 사진기를 들고 여기 저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
       는 사진을 “정확하게” 찍는다는 칭찬인 듯 칭찬 아닌 말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사진을 정확하게 찍는다는 말이

       얼마나 의미 없는 말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나는 수학자이다. 평생 일반인들과 터놓고 교류하기 힘든 다소 동떨어진 세상을 연구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수

       학자의 길은 외롭고 고통스럽다. 연구할 문제를 찾는 것부터가 시련이다. 겨우 연구주제를 찾으면 그때부터 참다
       운 고통이 시작된다. 때로는 해결한 줄 알았던 결과가 작은 실수로 전체가 무너지는 절망감을 맛보기도 한다. 간
       혹 해결을 못하고 미제로 남기는 찜찜함도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을 넘기고 문제를 해결하면 찾아오
       는 성취감과 희열은 그만큼 크고 중독적이다. 그래서인지 이내 새로운 문제를 찾는 고난의 여정을 또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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