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PhotoView eMagazine 2023.3 issu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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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엽 SUH Dongyoup : Integration of time 시간의 축적
























































                                             ⓒ서동엽 SUH Dongyoup, Integration of time 시간의 축적, 52.5x70cm , Pigment Print


       나는 세월의 때가 묻고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진 피사체에 눈길이 간다. 마치 다수의 관심과는 동떨어진 수학의
       세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연민을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어지럽고 버려진 환경에선 도대체 무엇을 사진으로
       남겨야 할지 막막하다. 이는 내가 연구를 하면서 방향을 잃고 암담해하는 기분과 비슷하다. 그런 와중에 사진적
       감성을 자극하는 피사체를 발견하면 마치 엉클어지고 꼬여버린 연구의 실타래를 풀어줄 한줄기 실마리를 찾아낸
       기분이다. 왜 하필 낡고 누추한 곳을 찾아 가는가? 그곳에는 깊은 호흡으로 느껴야만 찾아낼 수 있는 피사체가 꽁

       꽁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큼 찾기 어렵고 또한 찾고 나면 그만큼 기쁘다. 그 점 또한 수학과 닮았다. 내
       가 서 있는 현실이 어지럽고 깨어져 있고 단절되어 있어도 그 몇 겹의 벽 너머에 평화와 안식이 있기를 바라는 희
       망으로 셔터 누르기를 반복하였다.



       사진의 수학, 과학적 측면에 이끌려 겁없이 덤벼들었다가 사진의 심연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면서 흐른 세월이
       20년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동안 나는 사진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실제로 내가 찍어온 사진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곤 했다. 이제 이러한 자문에 대한 자답으로 용기를 내어 전시회를 개최
       하게 되었다. 곁다리로 배운 모자란 사진이라 한없이 부끄러운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서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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