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PhotoView eMagazine 2023.3 issue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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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KIM Kichan : 골목안 풍경 The World of Alleys
ⓒ김기찬 KIM Kichan, 골목안 풍경 The World of Alleys
김기찬의 골목 사진은 그의 말대로 ’골목안 풍경’이라는 제목의 연극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골목은 공부방이요, 거
실이요, 주방이며 놀이터였다. 막이 오르면 고요하고 적막한 골목이 나타나고 어느 틈에 아이들이 왁자지껄 등장
하고 어른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놀고(<오징어게임>에서 보았던 놀이가 쏟아져나온다)
어른들은 이웃 사람들과 한쪽 모퉁이에 모여 앉아 일을 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간간이 엿장수, 우편배달부, 물건
을 머리에 인 행상이 지나간다. 무대는 가공된 세트가 아닌 실제 삶의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실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스틸사진을 찍었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 방영된 TV 드라마 ‘전원일기’가 농촌생활을 그렸다면 김기찬의
사진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골목일기’라고 할 수 있다. 종영된 ‘전원일기’가 아직도 재방송되듯이 우리
는 ‘골목일기’를 다시 들춰본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기억을 환기시켜주는 사진일테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내몰렸던 20세기 한국
기층민의 생활상과 시대상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건축계가 주목하는 ‘골목학’의 효시가 되었고, 경제발전을 이
룬 한국사회가 그렇게 애써 지우고 잊어버리려 했던 그 시대 골목 사람들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삶의 궤적이 정지
되어 있다.
202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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