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8 - PhotoView eMagazine 2023.4 issu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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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KIM Hyesung : 자기응시 Self-contemp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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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늘 이방인이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거대한 만년설만이 존재했던 캐나다 대자연속의 삶과 그와

       정반대인 대도시 뉴욕 맨해튼에서의 삶.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나는 그 어떤 문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크고 단단한 하나의 양상으로 자라나지 못했다. 꼭 어울리지 못하는 파편들이 엉성하게 모

       여있듯, 나의 자아는 늘 물 위를 부유하는 기름처럼 세상과 융화되지 못했다. 마치 우주를 떠다니는 행성처

       럼 길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며 편안히 숨을 쉴 수 있는 곳, 온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메마른 꽃과도 같았던 나 자신을 다시 피어나는 꽃봉오리로 되살아나게 하는, 내
       게 살아갈 에너지를 채워주는 곳. 그곳은 자연이다. 자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만남, 그리고 그 곳을

       나와 연결 짓는 공간이다. 오롯이 나를 ‘나’인 채로 받아들여 따뜻하게 맞이하는 자연에서 호흡하며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이 세상에 분명 존재하는 파장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쾌락, 그 이상의 강렬한 에너지가 교차하는 숨의 느낌. 나의 숨이 지구의 코어에 닿았다 되돌아오는, 그 어디

       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숨의 여행을 한다. 눈을 감고 나의 숨이 그곳 심연에 도달할 때까지 층층이 쌓

       인 수많은 레이어들을 시각화하여 상상해 본다. 그 레이어의 속을 넘나들며 중심을 향해 나아갈 때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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