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PhotoView eMagazine 2023.4 issu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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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KIM Hyesung : 자기응시 Self-contemp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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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자신은 마치 모래알보다 작은 하나의 점이 되어 시간을 거스르는 여행을 한다. 그 모든 것이 완전히 합일

       되는 순간, 나는 빛과 함께 현실로 귀환한다.



       태양은 꽉 찬 포근함으로 나를 감싸고 이끼들의 품속은 마치 구름 위에 있는 듯 부드러웠다. 빙하 속에서 뼛

       속까지 한기(寒氣)가 차올랐을 땐 새로운 행성에 막 첫 발을 내딛은 것 같았다. 나는 그 순간을. 그 숨 쉼을 -

       그대로 담고 있다. 삼각대와 카메라 그리고 나 자신으로 이 흐름을 완성한다.



       내가 촬영하는동안 타인과 함께하지 않는 이유는 타인의 관찰과 판단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편견에서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개입되지 않은 나와 자연, 그리고 카메라와의 3자 대면은 어떤 것도 개

       입될 수 없는 생생한 그 무엇이다. 나의 살아있는 에너지를 우주로 내보내는 것. 다시 우주의 에너지를 온전
       히 받아들이는 것. 그 놀이를, 그 순간을 느끼며 작업하는 것은 내 삶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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