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PhotoView eMagazine 2023.4 issue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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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풍경
최건수
각 민족과 나라마다 상이한 풍속이 있다. 오랜 세월에 걸 한국 여인의 미는 드러내는 미가 아니라 보는 자로 하여
쳐 전해진 풍속들은 그 민족의 문화로 견고하게 자리 잡 금 상상케 하는 미이다. 그 미는 의상과 밀접한 관련이
는다. 오늘 날처럼 세계가 통하고 개방된 사회라 하드라 있다. 이번 작가의 신작은 감추어진 미를 최소한도로 드
도 이러한 문화는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아니, 도리 러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적 에로티즘
어 그동안 미처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지나쳤던 것 의 또 다른 성감대를 건들을 수 있다고 작가는 생각하는
들이 소중한 가치로서 재발견되는 일이 많아졌다. 단지 것 같다.
이러한 지역성에 기반을 둔 문화적 정체성이 어떻게 보
편적 가치를 얻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요즘의 화두다. 여자 그리고, 에로티즘이라는 주제의 축이, 한국의 옛 왕
조에서 볼 수 있는 문화와 결합하여 한 나라의 시대적 정
우종일의 관심사는 오래도록 여인의 아름다움에 있었다. 체성으로 새롭게 드러남으로, 오늘 날에도 시대를 뛰어
초기 미국에서 작업한 사진부터 최근에 작업한 사진까지 넘어 누구에게나 흥미를 줄 수 있는 보편적 가치에 부합
여자가 빚어낸 풍경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삶에서 빚 되는 예가 아닌가 한다.
어진 여인들의 다양한 모습이 초기 작업을 관류하는 모
습이었다면, 최근에는 한국의 여인들, 특히 조선 후기 여 그의 또 다른 작업은, 변화 된 한국 여인의 모습인데, 특
인들의 삶에 집중하고 있다. 나라의 왕비와 같은 최상류 히 거울을 많이 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서구적인 가
층의 여인부터, 당대의 지식인들인 사대부를 상대하는 구를 배치하고, 뒷모습과 앞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려는
주점의 여인까지. 그는 두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의도로 읽히는데, 역시 드러내는 몸이 아니라 최대한 의
상으로 감추려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작업과 연장선상
이러한 조선의 여인들을 기생이란 이름으로 불리었으나, 에 있는 것 같다.
이들은 당대 여인네들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여인계층을
이룬다. 즉, 문학과 음악, 그림 같은 교양이 기생이 되기 과거와 현재,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며, 여자의 몸을 통
위해서 필수적으로 습득 되어야 했던 것이다. 이 당시에 해서 다양한 풍경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작가에게 ‘여자’
이들을 지칭해서 쓰인 해어화(解語花)란, 지식인들의 말 는 그대로 영원한 의문인 셈이다.
을 이해하는 꽃이란 뜻이다. 남성들도 이들을 문화적 소
양이 있는 교양인으로 여겼던 것이다. 대부분의 여인들
이 집 밖으로 나갈 수없는 은둔의 삶을 살았던 것에 비교
하면, 이들은 자유롭게 세상과 소통하며 남성들과 교류
할 수 있었던 신세대 여인들이다.
우종일은 이들의 내밀한 일상을 호출해 내고 있다. 작업
을 통해서 특별한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한국 여인들
의 삶이 세밀하게 재현되어 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
여주는 전통적 의상과, 아직 어린티를 벗어나지 못한 여
인들이 빚어낸 신비스러운 에로티즘이 함께 녹아있다.
이러한 한국 여인들의 미는 서구적인 미와는 분명한 차
이가 있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 미를
과학적 평가의 잣대로 분석하려는 방법이 아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