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PhotoView eMagazine 2023.5 issue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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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신목_시간의 기억 The sacred trees of Namhae island_Memory of the time
남해의 보호수와 노거수 앞에는 대나무들이 꽂혀 있었고 그 대 The bamboo trees with golden ropes tied around them
나무에는 금줄이 쳐져 있었다. 인간이 나무에 의지하며 기원하 were planted in front of the protected trees and aged giant
는 것은 결국 스스로 자신에게 다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trees at the southern sea(Namhae). Although it seemed the
그 다짐이 쌓여 신념이 되고 험한 자연과 더 험한 사람들과 더불 humans were committing themselves to prayer and relying on
어 살아갈 용기가 되었으리라. the trees, they were making their own resolutions. Perhaps,
the resolutions and their wishes have been accumulated and
그 나무들 앞에서 촬영할 때를 기다리며 한순간 나는 나무가 되 become the faith and courage to live in harmony with harsh
기도 하였다. 많은 사람의 기원과 슬픔을 온전히 받아 안은 나 nature and harsher people.
무는 그때마다 사연들을 하나하나 껍질 사이에 담고 있었다. 어
떤 틈에서는 싹이 나기도 했고 어떤 틈은 갈라져 상처가 되기도 Waiting for the right time to shoot in front of those trees,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대로 몸통이 되었다. 염원을 이룬 사 I have become the tree for a moment. The trees that have
람이건 못 이룬 사람이건 모두 떠나버렸고, 또 다른 이들이 와 fully embraced the wishes and sorrow of many people have
서 많은 이야기를 했으나 그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그리고 그들 stored all of their stories in its bark. It sprouted from a certain
도 다시는 찾지 않았다. crevice and split into become a wound at one point but as time
passed, it became the body. Whether those who achieved their
남해에 와서 비로소 기억났다. wishes or not, all of they left and others came and talked a
36년 전 친구들과 남해에 왔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플라스 lot, but that was another story.
틱 필름 통에 글을 쓴 종이를 넣어 ‘타임캡슐’을 만들었고 금산 And they never looked back.
중턱에 묻었다는 사실이.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심지어 묻
은 곳의 지형까지 생생하게 떠올랐다. 상주에 한 달을 거주하며 I remembered it only after coming to Namhae.
내 타임캡슐이 있을 금산을 매일 올려다보았고 그때마다 반문 The fact that I came to Namhae with my friends 36 years ago.
하였다. The fact that I made a ‘time capsule’ by putting paper with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이란 무엇이고 느끼지 못하는 시간 writing on it in a plastic film canister and buried it halfway up
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Mt. Geum.
촬영이 끝난 지금 모니터에 떠 있는 나무, 인간의 염원을 고스 I couldn't remember the contents, but I vividly recalled even
란히 간직한 나무를 본다. 나무가 인간에게 그랬던 것처럼, 언 the topography of the burial site. Living in Sangju for a month,
젠가 내 사진들이 내가 촬영한 나무들의 타임캡슐이 되길 바란 I looked up at Mt. Geum every day where my time capsule
다. would be, and I asked myself each time.
What was the memory I cannot recall and what was the time
예전에 금산에 묻었던, 젊은 날의 그 기억은 끝내 찾지 않았다. that I cannot feel?
Now that the shooting is over, I see a tree floating on the
monitor, a tree that preserves human aspirations intact. Just as
the trees did for the humans, I hope that one day my photos of
my trees will become a time capsule.
In the end I didn't look for my memory of youth which I had
buried in Mt. Ge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