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월간사진 2019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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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up>
영화 스태프에게 바치는 헌사
김진영
영화 스틸 사진가 김진영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가의 시선이 스태프에게 향한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일 것이다. <곡성>, <이태원 살인사 <Set-up> 시리즈는 짧으면 5분 길면 1시간 정도 되는, 쇼트
건>, <인간중독>, <잉투기> 등의 작품에 참여했으며, 특히 홍 (Shot)와 쇼트, 그리고 신(Scene)과 신이 전환되는 시간에
상수 감독의 영화 스틸사진을 꾸준히 찍는다. 그는 크랭크 촬영된 사진들이다. 이 시간은 스태프가 가장 반짝반짝 빛
인부터 크랭크업까지 영화 현장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은 나는 순간이다. 셋업을 위해 누구보다 빠르고 민첩하게 움
물론, 그 이면의 것을 담아내는 개인작업도 한다. 그 결과물 직인다. 그들의 분주함은 영화의 필요조건이다. 흥미롭게도
이 바로 <Set-up> 시리즈다. 김진영의 입봉작인 류승완 감 김진영은 스태프의 상기된 표정을 부각하지 않는다. 대신
독의 <짝패>(2006)부터 지금까지, 40여 편의 영화현장에서 어둠 속 스태프의 실루엣, 조명이 자아내는 몽환적 분위기,
촬영한 사진을 엮었다. 흔히 말하는 ‘영화판’에서 탄생한 사 감독의 사인을 기다리는 보조출연자들의 긴장감과 나른함
진이라고 하면 감독과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조명할 것 같 이 공존하는 순간 등에 집중한다. 형식적인 것에서 탈피하
지만,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현장의 ‘언성 히어로’ 영화 스 기 위함이다. 만약 스태프를 직접적으로 찍었다면, 작업은
태프다. 말 그대로 영화 스태프는 ‘숨은 공로자’다. 영화에서 여느 영화 스틸사진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보는 이가 상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감독과 배우가 받지만, 고통의 시 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에 그의 사진이 강렬한 공명을 주
간을 마다하지 않는 스태프가 없다면 결코 훌륭한 결과물이 는 것일 테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김진영 역시 ‘언성 히
나올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가치는 평가절하되는 것이 현 어로’다. 영화현장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며 찍은, 직접적
실이다. 어쩌면 ‘마케팅 스태프’로 분류되는 영화 스틸 사진 인 정보 없는 사진이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