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월간사진 2019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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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 공연에서 무대 위 오르기 전 옷 매무새를 살펴보는 가수 이승환






                                                뮤지션의 감정선을 따라
                                                이병희

                                                이병희(닉네임 Chester)는 서태지와 이승환의 전속 사진가      색다른 사진을 찍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타성에 젖는 것을
                                                로 유명하다. 얼마 전에는 ‘2018 평양예술단’ 사진가로 선      경계하기 위함일까. 이병희는 무대뿐만 아니라 백스테이지
                                                정됐을 정도로 이제는 마니아를 넘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에서도 작업을 진행한다. 에너지 가득한 현장과는 달리, 백
                                                있다. 그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한 인터뷰에 의하면, 그      스테이지는 긴장감으로 가득하다. 공연을 앞둔 뮤지션은 각
                                                는 초등학교 교사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시작한 취미         자만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다진다. 그래서일까. 사진을 보
                                                가 업이 됐다고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으며 사진        면 뮤지션의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어깨선이 살
                                                을 찍으니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짝 올라간 뒷모습에선 긴장감이, 꽉 쥔 주먹에선 결연함이,
                                                공연사진의 매력이자 어려운 점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만          힘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에선 왠지 모를 공허함이 느껴
                                                의 방식으로 새롭게 재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뮤지션         진다. 백스테이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 하지만 금
                                                이 음악을 해석하는 자리인 공연장에서 그 공연을 현장보다         단의 공간을 담은 이병희의 사진 덕분에 뮤지션과 교감하
                                                더 현장감 넘치게, 그리고 사진가만의 개성을 더해 다시 해        는 듯한 기분이다. 그렇다면 사진가에겐 어땠을까. 그도 뮤
                                                석해야 한다. 그런데 공연장이라는 환경은 어쩔 수 없이 비        지션과 같은 감정선을 공유했을까. 불현듯 감정을 드러내지
                                                슷하고, 게다가 한 명의 뮤지션을 반복해서 촬영하다 보면         못하는 사진가가 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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