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월간사진 2019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P. 62

‘겹겹이 부피를 더해가는 #04’ 2016, 60 x 90cm, inkjet print









              사진 실험하기                                                  그 대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행위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의 이해와 해
                                                                       석을 돕기 위해 작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전시 공간을 직접 재구성한 것도 그런 이유
              ‘사진’을 매체로 사용하는 작가가 사진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면 어떨까. 보통의 사진가          에서다.
              들은 ‘사진’만이 가진 매체의 고유한 특수성을 인정하고 대표적 특징인 기록성과 평면           제작 과정도 그에게는 작품을 바라보는 과정이자 탐구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이루어
              성을 수용해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정찬민은 사진의 주된 특성인 평면성에 대해 의문           지는 촬영, 프린트의 과정 대신 특정 이미지를 조합한다면 그것도 사진이라고 할 수 있
              을 가지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춘천 상상마당에서 열린 <평면적>전시에서 사진이라는           을까. 또한 결과물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그래픽을 이용했지만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매체에 질문을 던지는 실험을 보여줬다.                                    이미지로 표현되었거나, 사진일지라도 그래픽처럼 혼동되는 이미지들은 어떻게 정의
              사진이 지니는 평면성과 빛, 프레임 속 구성에 대해 어떤 고민과 탐구를 했는지를 그의          되어야 하는지도 그에게는 의문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미지의 제작 과정과 결과를 경계
              작품 <겹겹이 부피를 더해가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스튜디오에서 검은색 아크          짓는 것이 유의미한지에 의구심이 든다고 정찬민은 말한다.
              릴 큐브를 설치하고 특정한 기준 없이 조명을 활용해서 그 상자를 촬영했다. 관객 개인          끝없는 질문의 과정은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사용하는 것이 어떤 매체이고, 또
              의 경험에 기초한 해석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요인들을 프레임 속에서 철저히 제거하고           한 그것이 물질인지 비물질인지 같은 이분법적인 기준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시대이
              오로지 빛, 구성, 배치만을 이용해 촬영했다. 이 사진은 마치 그래픽이 아닐까 하는 착         기 때문 아닐까. 정찬민의 작품을 개별적으로 바라본다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거나 동
              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을 보면 사각형의 큐브가 아니라 단 3면으로 이루어진 아크릴           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을 말하고 시도했다는 것인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을 촬영했다는 사실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사진이든 그래픽이든 매체가 가진           렇지만 실험적인 시도들을 모아놓고 바라본다면 그의 작업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특징과 본질에서 과연 그 차이와 경계가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작가의 의문을 보여주는           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사진이 지닌 고유의 특징에 대한 것이다.
              작품이다. 이처럼 정찬민은 매체가 가진 특징을 탐구하고 이에 질문을 던짐으로써 관            대개의 사진가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평면성에 대하여 정찬민은 여러 질문을 지속
              객이 사진의 본질적인 특징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찬민의 다음 실험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
              다섯 개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어느 벽 이미지의 앞면은>을 보면 마치 착시효과처럼 혼          대된다. 그의 질문은 우리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사진의 특성에 대해서 다시 생
              란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은 벽을 촬영한 사진 위에 이미지를 부착한 뒤 다시 촬영한          각해볼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것이다. 대상을 촬영할 때 이동한 공간만큼 달라지는 다양한 시점을 보여준다. 즉, 촬영
              중 이동한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시점의 변화가 사진에 담겨있다. 선택적으로 분절된
              이미지를 나타내고 없애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입체성을 보여준다. 이는 사진이 가진
              고유의 특징인 평면성이라는 의미와 특징을 재고하는 시도다.


              ‘본다’는 것의 의미
                                                                       정찬민 사진매체가 가지는 평면성의 환영을 의심하고 그 특징과 확장에 대해 탐구하는 작가이다.
                                                                       2019년 춘천 상상마당 기획전<평면적>전시에 참여하였고, 사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재고하는 작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시각적으로 ‘본다’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정         업을 하고 있다. 정찬민은 중앙대 예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서 순수사진을 수료했고, 작업공간 <안
              찬민에게 ‘본다’라는 뜻은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보고 있는          정>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088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