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월간사진 2019년 3월호 Monthly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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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예쁜 사진’이어야만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것일까. 최근 몇 년 사이 황규태
                 와 박영숙, 변순철이 아라리오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사진계의                                   &
                 놀라움을 자아냈다. 아라리오갤러리가 이들 작업에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이정우





                 “    해외에서는 사진을 더 이상 새로운 매체로 보지 않는다. 해체와 재조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고유의 특성이 필요한 부분이                   “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틀을 고수하려는 것이 현대미술 속에서 사진을 외로운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미술계의 최근 중론이다.





                 사진가 아닌, 사진을 다루는 작가                    해외시장을 향하여


                 이러한 연장선에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황규태, 박영숙       현재 황규태와 박영숙, 변순철, 원성원의 작업은 아라리        한, 주연화 디렉터는 “국내 작가들은 지나치게 한국 내
                 과의 전속 계약이다. 처음에는 의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갤러리가 보유한 유통 및 홍보 채널을 통해 국내를 넘        에만 머물러 있었다. 작업을 성숙시킨 세월은 길지만, 해
                 대형 갤러리가 사진가와 손을 잡았다는 것에 처음 놀랐         어 해외로 활발히 소개되고 있다. 전속 계약 아래 아라        외 시장에선 신진작가나 마찬가지다. 가야 할 길이 멀지
                 고, 그 주인공이 대선배급이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주       리오갤러리는 작가들에게 전시, 홍보, 판매 등의 지원을        만, 가능성을 가지고 도전해보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연화 디렉터는 “황규태와 박영숙을 단순히 사진가로 바         한다. 초창기에는 재료비·생활비 등을 먼저 지급하고,         아쉬운 점은 미디어, 설치, 회화 등과 달리 사진을 다루
                 라본 것이 아니다. 작가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나중에 작업이 판매되면 이를 환급받는 지원을 했지만,         는 젊은 작가의 전속 계약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라는 매체를 실험적으로 사용하는 작가를 찾았다. 일례         요즘은 이런 방식을 지양하고 있다. 기존에는 선지원금         여전히 기록과 재현이라는 전통적 사진 개념과 사진 고
                 로, 김구림도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가. 황규태는 데이터        을 제공했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 금전적 책임감이 부         유 특성에 집중한 작업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를 변형하고, 그 안에서 이미지를 끄집어내는 면이, 박영       여되면, 갤러리와 작가 모두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진’이라는 것을 넘어야 하는 시대다.
                 숙은 페미니즘 미술 안에서 신체를 다루는 방식이 흥미         그렇다면 ‘작가로 사는 삶’은 전속 계약 전후로 어떻게        해외에서는 사진을 더 이상 새로운 매체로 보지 않는 반
                 롭다.”라고 설명한다. 냉정히 말해 국내 시장에서 개인        달라질까. 가장 큰 변화는 ‘안정감’이다. 작가 혼자서 작      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진을 하나의 독립된 영역으로
                 이 황규태와 박영숙의 작업을 소장하기란 어려운 일일          업과 전시, 홍보, 판매 등을 하는 건 힘에 부치는 것이 사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게 사실이다. 해체와 재조합은
                 테다. 기관도 이들의 작업을 다양하게 소화하지는 못할         실이다. 하지만 갤러리가 이를 대신해준다면 작가는 안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고유의 특성이 필요한 부분
                 것이다. 도리어 국제무대가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         정적으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변순철은         이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틀을 고수하려는 것이 현대
                 에서 더 나아가 거래까지 가능하다는 게 주연화 디렉터         “전속 계약이 동기부여가 됐다. 유행을 좇지 않고 지금        미술 속에서 사진을 외로운 존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의 분석이다. 변순철과 원성원의 작업이 왜 아라리오갤         까지 작업해온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         미술계의 최근 중론이다. 현대미술에서 무조건 성공을
                 러리의 관심을 받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변순철은         간 같았다. 동료 작가들이 이를 보면서 긍정의 힘을 가        부르는 정답이 있겠냐만, 사진을 실험적으로 다루는 젊
                 한국적 코드가 물씬 풍기는 초상사진의 시각적 강렬함          졌으면 좋겠다. 해외 진출 비전도 찾을 수 있었다. 작가       은 작가들이 등장해서 전속 계약은 물론, 이를 발판 삼
                 이, 원성원은 사진 하나하나 섬세하게 콜라주하는 방식         들 사이에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지점의 공간이 좋다          아 국내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이곳에서 전시한다면, 해외에         기다려본다.
                                                       작업을 알리는 게 수월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아직 전시
                                                       를 안 했는데, 중국에서 반응이 오더라.”라고 말했다. 또
                                                             Phot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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