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월간사진 2019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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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유난히도 북한 관련 전시가 많았던 해다. 남북관계에 불어온 따뜻한 바람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북한 전시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북한 ‘그래픽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와 평양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상해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고려호텔’을 형상화한 전시장 입구를 지나면, 사람들에게 정치·사회적인 메시지(주로 고 있는 우리 디자인보다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산 장려)를 전달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제작한 포스터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최근 누군가는 프로파간다적인 요소 탓에 방문이 꺼려진다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이라고 하
인기를 끌고 있는 ‘B급 감성’이 물씬 풍긴다. 이들은 벽면에 ‘매스 게임’처럼 배치되어 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는 ‘2% 아쉬운 마음가짐’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북
있어, 보고 있으니 왠지 ‘새마을 운동’을 다시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외에도 한 주체사상을 옹호하거나 찬양하는 요소는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다. 그래픽디자
우표와 식료품 패키지, 렌티큘러 엽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중 우표와 엽서는 국가에 인을 통해 북한 사회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전시일 뿐이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어
대한 자부심과 북한 문화의 우수성을 직설적으로 과시하는 모양새다. 식료품 패키지 떤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했는지, 북한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디자인 속 어느 위치에 있
역시 직관적이다. 미사여구 없이 제품 용도를 원색적으로 드러낸다. 사탕이 무슨 맛인 는지 등을 살펴보면 전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또한, 생필품 디자인은 1960~80년
지, 통조림 재료가 어떻게 생겼는지, 세재가 가루인지 액체인지 등이 적확하게 명시되 대 한국을 떠오르게까지 하니, 남북의 심리적인 거리감도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러니
어 있다. 정보 전달에 무게가 실려 있는 셈. 예쁜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간혹 본질을 잊 편견 없이 전시장에 방문하길 바란다. 띠띠브레한 마음이 즐거움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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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랜티큘러엽서 ⓒ Justin Piperger 04 담배 ⓒ Justin Piperger 05 <평양슈퍼마케트> 공간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
북한 부유층 위한 평해튼 슈퍼마켓
한편, 같은 공간에선 팝업스토어 <평양슈퍼마케트>(시즌2)도 열리고 있다. <Made in 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똑 닮은 분홍빛 공간 안에는 B급 감성 라벨이 붙여진 강냉이와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의 키워드인 ‘북한 디자인’과 일맥상통하는 행사다. ‘남북이 과자, 즉석커피, 맥주, 미제 통조림, 사탕 등이 진열되어 있다(단, 콘셉트 스토어라 실제
개방됐을 시 우리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쇼핑하고, 문화를 즐기고, 자신들만의 라이프 북한 제품은 없다). 북한 부유층이 살고 있다는 평해튼(평양+맨해튼)의 슈퍼마켓을 상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필라멘트앤코(대표 최원 상하게 하는 색다른 볼거리들이다. 체제와 이념에서 벗어나 우리와 북한이 크게 다르
석)가 기획했던 2016년 통일문화박람회의 <평양커피>가 시초이다. 그리고 2018년 5 지 않음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동시에 마음을 단단하게 먹지 않는다면, 소
월 이름만 달리한 <평양슈퍼마케트> 시즌1이 성수동에서 진행됐다. 비 욕구를 자극하는 통통 튀는 디자인 때문에 자꾸만 지갑을 열게 될 수도 있다. <평양
시즌1이 새터민이 만든 수제과자 패키지만 리뉴얼했다면, 시즌2는 북한 디자인과 라 슈퍼마케트>는 대학로 전시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2월 9일까지 ‘성수동
이프스타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라는 의미에서 다양한 상품을 리패키징했다. ‘그랜 서울숲길 43’에서도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