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월간사진 2019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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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띠브레하지 않습네다!








              <2017 통일테마전>, <개성공단>, <안은미의 북.한.춤>,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창작사’를 통해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사진 분야에선 평양의
              등은 2018년 국내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열린 북한 관련 전시다. 여기에 크고 작        소소한 일상을 그려낸 임종진과 북한의 기념비적 건축물 및 평범한 생활공간을 담은
              은 갤러리의 전시까지 더한다면 아마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         올리버 웨인라이트, ‘2018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를 수상한 맥스 핑커스 등이
              제부턴가 북한을 주제로 하는 전시 성격이 점점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과거          자신만의 시각으로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포착했다. 평소 갖고 있던 북한에 대한 고정
              전시가 동족상잔의 비극, 이데올로기 등을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엔 북한 그 자          관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남북의 간극을 좁히는 데 전시가 큰 역
              체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양아치와 임흥순, 정정엽 등이 참여한 ‘문화역서울           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연초임에
              284’의 <개성공단>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개성공단의 일상을 시각이미지로 전달했           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북한 ‘그래픽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전시와
              고, 안은미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우리와 비슷한 리듬을 사용하는 북한춤을 통해 남           관련 행사가 진행 중이다.
              과 북이 한민족임을 드러냈으며, <광주비엔날레>는 평소 접할 수 없었던 ‘평양 만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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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전시장에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B급 감성’이 물씬 풍긴다. 02 통조림 캔 라벨 ⓒ Justin Piperger

              직설적인 그래픽 디자인
              ‘2% 부족하다’를 의미하는 북한말은 무엇일까? 바로 ‘띠띠브레하다’다. 현재 ‘홍익대         다. 국정원과 문체부, 통일부는 서로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4.7)  기기 일쑤였고, 인천공항 세관에서는 작품 하나하나에 검열을 시도했다. 그 결과 몇몇
              은 다소 ‘띠띠브레하게’ 시작된 전시다. 2018년 영국 ‘하우스 오브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은 영국으로 돌아갔고, 전시는 이들을 배제한 채 열리게 됐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House of Illustration)’에서 열린 동명 전시의 서울 순회전으로서 ‘고려여행사’ 대표이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기존 문구를 정치색이 느껴지지 않는 단어로 수정하는 것도
              자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연출가로 유명한 니콜라스 보너(Nicholas Bonner)의 컬렉    꽤 어려운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 부족한 상태’로 막을 올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션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그가 25년 동안 북한 투어를 하면서 수집한 만화책, 우표,       전시 맥락이 끊어지거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Made in 조선>은 정치적 개
              초대장, 포장지, 프로파간다 포스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념이나 담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북한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일상생활 관련 시각문
              모든 것이 녹록지 않았다. ‘북한’을 이야기하는 탓에 ‘승낙’ 받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        화 콘텐츠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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