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월간사진 2019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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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케, 둥글게 감성적으로
보케는 이미지에서 초점이 맞지 않는 부분에 맺히는 빛망울이다. 사진을 감성적으
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 때문에 최근 브랜드들은 보케 모양까지 고려해 렌즈를 설계
한다. 필터를 사용해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지 않는 이상, 보통 보케는 두 가지 모양
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둥글게 맺히는 원형 보케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 중앙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궤적을 그리는 회오리 보케다. 이 렌즈는 원형 보케를 지향한다.
독특한 느낌보다는 우수한 화질을 중시하는 렌즈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원형 보케
는 최대한 둥글둥글하게 표현되는 것이 좋다. 그런 점에서 이 렌즈의 보케 표현력은
충분히 합격점이다. ‘주변부로 갈수록 보케가 일그러지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억제
한다.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 상태에서 두 스톱 가량 조여도 보케 모양이 각 지지 않
고 원형을 최대한 유지한다. 그리고 보케 내부의 질감 역시 지저분하게 표현되지 않
고 꽤나 깔끔한 편이다. 이는 뛰어난 색수차 억제력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누구라
도 마음에 들 만한 감성적인 보케를 구현한다.
주변부 일그러짐이 적고 내부에 지저분한 질감이 생기지 않는 예쁜 보케다.
컨트롤 링, RF렌즈의 상징
캐논의 네 번째 RF렌즈인 만큼 이 기능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캐논은 RF마운트를
개발하면서 컨트롤 링이라는 새로운 조작계를 렌즈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 조작계는
사용자가 카메라 내에서 지정한 기능의 조절을 담당한다. EOS R은 컨트롤 링이 ‘조리개,
셔터속도, 감도, 노출보정’ 중 하나를 선택해 조절을 담당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이
기능을 사용해보기 전까지는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기존 캐논 DSLR을 사
용하면서도 조작계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EOS R과 RF
28-70을 함께 사용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보통 촬영 시 노출을 위해 신경써야 할 조절
항목은 세 가지다. 예컨대 M모드는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Av모드는 ‘조리개, 노출보
정, ISO’를 세팅해야 한다. 하지만 EOS R의 다이얼은 두 개이고, 노출 관련 주요 조절 항
목 중 하나는 다이얼을 돌려서 한 번에 조절할 수 없다. 그러나 RF렌즈를 사용하면 컨트
롤 링 덕분에 세 가지 항목을 직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에디터는 컨트롤 링을
노출 보정으로 설정했는데, 이것이 아주 요긴했다. 직관적인 조작계를 개발하기 위해 노
력한 흔적이 드러나는 컨트롤 링이다.
컨트롤 링은 렌즈 경통 전면부에 위치해 있다. 원하는 항목을 편리하게 세팅할 수 있다.
무게, 완벽함을 무너뜨리다
지금까지 칭찬 일색이었다. 이 렌즈는 역사적인 맥락에서나 광학적
인 성능에서나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렌즈다. 하지만 옥의 티가
하나 있다면, 바로 무거운 무게다. 비교해보자. RF마운트의 다른 표준
줌렌즈 ‘RF 24-105mm F4 L IS USM’은 약 700g, 니콘의 ‘NIKKOR
Z 24-70mm f/4 S’는 약 500g, 소니의 ‘FE 24-70mm F2.8 GM’은
약 886g이다. 그러나 리뷰 제품 ‘RF 28-70mm F2 L USM’은 무려
1,430g이다. 경쟁 모델들보다 약 2~3배가량 무겁다. 경량화보다는 화
질에 올인했다는 결론이다. 특히 미러리스는 DSLR보다 가볍기 때문에,
EOS R에 이 렌즈를 마운트 할 경우 무게중심이 렌즈 쪽으로 쏠린다. 카
메라 그립부의 한 손 파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되겠다. 또한 보통
표준 줌렌즈의 용도가 ‘범용’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거운 무게는
포지션을 애매하게 만든다. 만약 독자가 바디 캡을 대신할 일상용 렌즈
를 찾고 있다면, 이 렌즈는 추천 대상이 아니다. 반면, 무게를 감수하고
서라도 하나의 인생 렌즈를 찾고 있다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장점이 뚜렷한 렌즈다.
메모리카드·배터리·스트랩을 장착한 EOS R에 렌즈를 마운트 했더니, 총 무게가 2202g으로 실측된다.
상당히 무거운 조합이다.